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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서른을 위하여!

상황이 하도 거지 같으니까요.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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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말이지 간만에 일 한번 제대로 한 거 같다.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을 제외하고 일에만 집중했다. 고객사에서 갑작스레 엄청난 양의 오더를 주고서 정해진 시간에 맞추라고 닦달한다. 고약한 것들. 그뿐이면 다행이겠지만 요청일을 수시로 바꾸어 정신없이 수정해야 했다. 걸걸한 욕지기가 여러 번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미소를 잃지 않았다. 법륜스님의 가르침대로 하나를 달라면 두 개를 준다는 마음으로 성심성의 껏 응대했다. '가능할까요?'하고 물어오면 곧바로 부정적인 답변을 하기보다는 '어떻게든 한번 시도해보겠습니다'하고 돌려 말했다. (한숨...) 진행 중인 프로젝트 관련해서 사공이 너무 많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을 목격했다. 고객사를 보고 있노라면 여러 생각이 든다. 이런 엉망진창인 회사가 돌아간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회사가 돌아가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 이 시기에 이 놈의 회사 매출은 상승 곡선을 그리니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다. 'ㅆㅂ x 100' (속으로만 삭힌다) 슈퍼갑 님은 우리를 갑을병정 중에 '정'으로라도 볼까. 안 그래도 회사에 마음이 떠난 지 오래인데 이 참에 확 그만둬 버릴까 보다. 위에 있는 상사라는 사람들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만히라도 있으면 2등이라도 할 텐데 쓸데없는 참견에 정신 둘 곳 하나 없다. 



홧김에 일을 때려치우고 나오는 루이. 나오다 대극장에서 어떤 노장 여성 코미디언의 쇼를 보게 됩니다. 할머니 코미디언이 나이 60에도 무대에서 펄펄 나는 모습을 보고 감동한 그는 대기실로 찾아갑니다. “선배님, 존경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신은 오늘 일을 때려치웠다고 말해요.


노장 코미디언 조앤 리버스와 루이의 대화가 다음과 같이 이어집니다.





조앤: 그만뒀다고?


루이: 네.


조앤: 왜?


루이: 상황이 하도 거지 같으니까요.


조앤: 그래도 그만두진 말아야지. 잘리는 거야 할 수 없지만, 스스로 때려치우진 말아야지. 무조건 버텨야지, 아무리 힘들어도.


루이: 버티면 언젠가 상황이 좋아질까요?


조앤: “상황이 좋아질 거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그렇지는 않을 거야. 대신 네가 더 나은 사람이 될 거야.”


"I wish I could tell you it gets better. But, it doesn't get better. You get better."


 _루이 시즌 2 에피소드 4 중에서  




나는 '무조건 버텨야지 아무리 힘들어도'라고 말하는 부분에는 공감하지 못한다. 오히려 반대한다. 무조건 버티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버텼다가는 너덜너덜 상처 투성이에, 속에 쌓아 두었던 악한 감정들이 다른 경로로 표출되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하다. 회사가 나를 이용하듯 나도 회사를 이용하지 결코 회사를 사랑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I wish I could tell you it gets better. But, it doesn't get better. You get b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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