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축배를 들었던 순간을 잊어야 한다.

성장은 끝났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 이때까지와는 다른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깜깜한 세계가 도래했다.   

부동산 경기는 나빠질 확률이 높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부동산의 가격은 치솟았다. 남들이 시세 차익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들려오면 뭔가 손해 보는 느낌에 너도 나도 빚을 안고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메이저 건설사가 만들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은 몇 백대 일, 작은 로또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하지만 이제 거품이 꺼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전의 일본이 거품 경제 시기를 거쳐 장기침체에 빠진 것처럼 우리가 마주 할 날은 암담하기만 하다. 인구수는 현저하게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집은 넘쳐난다. 빚을 지고 집을 산 사람들은 빚의 이자는 이자대로 갚아 나가야 하고 매수한 집의 가격은 떨어지기만 하니 손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를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조선업, 해운업은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이미 침몰했다. 세계적으로 가성비 갑으로 유명했던 우리나 조선업 이제는 비슷한 퀄리티를 재현할 수 있는 중국 업체와의 단가 대결에서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수주가 늘어 겉으로는 그럴싸게 돌아가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조선소에서는 이미 인원감축에 들어갔으며 조선소가 위치한 거제도, 경남 진해 등의 집값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세계 6, 7위를 하던 굴지의 기업 한진해운은 파산하여 역사로 남았고 유관 운송 업체, 부두 및 창고 등의 근로자들 또한 하루아침에 일터를 떠나야 했다. 해운업에 그림자가 드리운 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전 세계적인 불황이다. 세계의 해운 선사들은 적자를 줄이고 한진과 같은 길을 가지 않기 위해 선사끼리의 인수, 합병 그리고 얼라이언스 개편을 시도하여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고용이 불안하다는 얘기는 수도 없이 들어왔다. 적어도 나는 고용이 나아졌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한 세대에 속한다. 취직이 힘들다 힘들다 얘기만 듣다 보니 취직은 원래 힘든 것이라고 뇌는 자연스레 인식한다. 앞으로는 구인광고를 보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우선 사람이 하는 일의 영역이 현저히 줄어든다. 지금 큰 공장에서 100명이 일한다고 가정할 때 이제는 기계 설비가 사람 98명을 대신할 것이다. 나머지 두 명이 그 기계 설비를 관리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98명은 바로 실업자 대열에 합류한다. 직업 군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첨단 장비가 군 인력을 대신하다. 전국적으로 문을 닫거나 인원을 줄이는 은행 지점이 늘고 있다. 은행업무를 스마트폰이 대신한지는 이미 몇 년이 흘렀다. 사람들이 시간을 내어 은행을 직접 찾아가 업무를 볼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은 인간이 할 수 없는 것들을 해내고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 모든 것이 변화고 있다. 그 변화는 마치 밀물과 같아서 천천히 다가오는 거 같지만 잠깐 한눈을 팔면 어느새 목까지 물이 차올라 우리를 위협할 것이다. 이제는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밝을 것이라는,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 거라는 근거 없는 막연한 기대는 접어두어야 한다.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과 쾌쾌 묵은 우리의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과거 축배를 들었던 순간을 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