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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Book Review'

썩 좋지 않은 하루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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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에의 갈망'



나는 끝없는 경쟁에 내 삶을 바치고 싶지 않다. 


나는 기계와 관료제의 노예가 되어 권태롭고 추악하게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바보나 로봇, 통근자로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누군가의 일부분으로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내 일을 하고 싶다. 


나는 좀 더 소박하게 살고 싶다. 


나는 가면이 아닌 진짜 인간을 상대하고 싶다. 


내겐 사람, 자연, 아름답고 전일적인 세상이 중요하다. 


나는 누군가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E.F. Schmacher  [인생학교, 일] 



 



오늘은 거래처 미팅이 있는 날이다. 거래처 회의에 참석하기엔 애석하게도 오후 햇살이 너무 치명적으로 좋은 날 이기도 하다. 거래처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동료들은 그 자리에 없는 상관을 씹어되는데 열을 올렸고 나도 어느 정도 동참했다. 자리에 없는 사람이 도마에 오르는 건 시간문제이다.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가 되기도 하고 서로 누가 더 가식적인지 대결이라도 하는 양 상대를 향한 칭찬 릴레이가 이어지기도 한다. 한 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거래처에서는 그다지 반기는 눈치도 아니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고객사이니 고개가 자동으로 숙여진다. 이러한 큰 규모의 제조 회사의 경우 우리 같은 업체들이 일감을 얻기 위해 양손을 무겁게 해서 많이들 찾아올 것이니 그 태도가 낯설지만은 않다. 회의는 시작되었고 마시라고 내어온 음료수에 손이 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회의를 마쳐도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뻔한 인사치레가 절반 이상인 말 그대로 이상한 회의였다. 고객사 상급자들은 알력 다툼을 보여주기도 했고 누가 봐도 속에도 있지도 않은 말을 하면서 우리를 비행기 태우기도 했다.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는 '아~ 바로 퇴근하고 싶다' 라는 말을 각자의 입에서 몇 번을 했는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회의에 대한 부담감과 약간의 긴장 그리고 봄날의 오후 햇살이 몸을 더 피로하게 만들어 버린다. 누군가는 사회생활을 두고 '원래 그런 거다. 예전에는 더 했다.'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는 나의 소중한 시간과 영혼이 좀 먹고 있는 거 같아 썩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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