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역꾸역 하루를 살아내는 기분이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은 여전히 버겁다. 새벽 3시가 넘어서 스마트폰을 내려놓았으니 일찍 일어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엄마의 밥 먹으라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12시가 다되어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면에서 회사는 사람을 꽤나 부지런하고 규칙적이게 만들어 준다. 늦어도 9시까지는 출근을 마쳐야 하니까. 그리고 거기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오후 6시까지는 버텨야 하니까. 긴 연휴지만 몸의 상태는 젖은 옷을 입고 걷듯 더디고 무겁다. 이 무슨 역설인가.
점심을 먹고 침대에 기대어 책을 읽는다는 것이 몇 페이지를 넘기지도 못하고 잠들고 말았다. 낮잠을 잔 것이 죄악이라도 되는 건지 '오늘 밤도 일찍 자기는 걸렀구나'하며 죄책감 비슷한 것이 스멀스멀 올라와 나를 사로잡고야 만다. 어떻게 해서든 몸을 피곤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근처 뒷산으로 향한다. 한여름 그렇게 울어되던 매미 떼는 자취를 감추었고 계절이 바뀐 것을 모르는 한 놈만 외로이 울고 있다. 여기저기 도토리, 밤이 어지럽게 떨어져 있고 며칠 전 내렸던 비에 젖은 낙엽은 땅에 바짝 붙어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
목표로 했던 봉우리는 가도 가도 가닿지 않고 이마부터 시작된 땀은 온몸을 적신다. 해는 구름 뒤에서 뉘엿뉘엿 저물기 시작했고 애꿎은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산은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몇 곱절 힘이 든다. 올라갈 때 너무 많은 힘을 썼는지 다리는 금세 풀려 오징어처럼 흐물흐물 되기 시작했고 분명 올라 온 길과 같은 길을 내려온 듯한데 도착해보니 다른 출구가 떡하니 나타난다. 혹시나 길을 잃을까 봐 올라오면서 솔방울과 돌을 이용해 갈림길마다 표시해두었지만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쉬는 날 오히려 쉬지 못하고 뭔가를 억지로라고 해야지 마음 편한 나와 마주한 날이다. 썩 아이러니한 추석 이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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