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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서른을 위하여!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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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작게는 점심 메뉴를 선택하는 것부터 인생을 걸고 큰 도박을 하는 순간까지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인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모여 삶이 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맞닥뜨렸던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어떤 결정을 하게 되고 그것이 좋은 선택이었든 그 반대였던 서로 얽히고설키고 반응하여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 가는 걸까 한 달, 두 달 그리고 일 년 가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정재승 교수는 한 방송에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가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사건의 축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는 처음 접해보는 것이 많고 여러 가지 일을 시도해보지만 나이가 들수록 관성에 이끌려 똑같은 일만 반복하게 되고 익숙하지 않은 일은 아예 시도하지 않거나 꺼려하는 경향이 같은 시간의 흐름도 짧게 느껴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럼 과거에 했던 경험들 중에 기억에 남고 나에게 긍정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그중에서도 후회하지 않고 내 기억에 오래 남아있는 것들로.  


 첫 번째로 해병대 입대한 것이다. 좋은 명문대학에 들어갈 실력은 안되었지만 해병대에 입대하여 난생처음 제주도로 훈련을 가보기도 하고 운 좋게 이라크 파병길에도 오르면서 누구나 할 수 없는 값진 경험과 함께 땀 흘리고 고생했던 전우들을 얻었다. 지금도 이력서에 제일 자신 있게 적을 수 있는 것은 '해병대와 이라크 파병'이다. 두 번째는 대학교 친구들과 부산에서 경남 진해로 1박 2일 '자전거 여행'을 떠난 것이다. 무모했고 뒷 일은 생각지 않고 벌였던 일이라 가능했다. 지금은 자전거 여행을 가야 할 명분보다 가지 않아야 할 이유가 더 많다. 그때 친구들과 목욕탕에서 서로 멍든 엉덩이를 보며 낄낄되며 웃었던 기억이 있다. 마지막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청소년 오지 탐사대'에 선발되어 중국 쓰촨 성 캉딩 5,000m급 고산에 오른 것이다. 고산을 오르기 위해 국내에서 매주 합숙 훈련을 했고 산을 오르는 기술적인 부분부터 등반의 목표보다 그 과정을 중시하는 알피니즘에 대해 알게 되었다. 탐사대에 참가한 친구들 중에서 나이가 많은 편에 속했는데 나이는 어리지만 배울 점이 많은 동생들을 만났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준 선배들이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처럼 지금의 나는 그냥 시간이 흘러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직, 간접적 나의 삶에 반영되어 지금의 나 자신이 있는 것이다. 관성에 젖어 시간을 축내고 있는 이 시기에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모해 보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지 않을까?                                                                                                                         

"Stop thinking and Just do!"

     


 나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곧잘 하는 말이 있다. 

"2, 30대에 철없는 짓, 멍청한 짓, 미친 짓 골고루 다 해봐야 비로소 40대에 반복할 때도 익숙해서 좋다."

40대, 명실공히 모두가 인생의 중반이라 일컫는 시기에 진입한다 해서 갑자기 철이 들고 인생의 해법을 깨닫게 되지는 않는다. 어렸을 때 너무나 중후하다고 생각했던 '40대'라는 나이에 스스로 도달하고 보니 생각처럼 그다지 어른이지가 않아서 나도 좀 당황스럽다. 흰머리도 몇 개 났는데 어째서 철없거나 멍청하거나 미친 짓을 또 하는 거지? 그렇다면 인생은 반복이기만 할 걸까? 그건 또 아니다. 앞서 말한 문장에서 방점은 '익숙해서'에 있는지도 모른다. 


 비슷한 실수와 시행착오를 저지르면서 내 안에는 분명 무언가가 쌓여왔다. 처음 겪는 일들을 파도처럼 맞닥뜨리면서 정신없이 그것을 헤치며 살아오는 동안 내 안에는 그 파도에 실려 온 모래 같은 것들이 알게 모르게 쌓여왔다. 이제 그 모래 알갱이들은 제법 두툼한 켜를 이루어 웬만한 파도에는 쉽게 흽쓸려 버리지 않는다. 익숙함이란 그런 켜 같은 것이고, 그 켜들이 이루는 무늬를 좀 떨어져서 바라보게 될 때 통찰이 생겨나는 듯하다. 


(힘 빼기의 기술 - 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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