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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서른을 위하여!

나는 노예였다.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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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노예가 되어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구걸했다. 조직에서는 한 명 열외 없이 나를 다 좋아해 주길 바랬다. 누군가 나를 칭찬하면 내색은 안 했지만 하루 종일 그 이유로 기분이 좋았다. 반대로 나의  단점이나 험담을 듣는 날이면 하루 종일 그 생각으로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신입사원 시절 연말 회식 때의 일이다. 연말이라 들뜬 분위기에다 술을 주는 대로 다 받아 마셔 얼큰하게 달아 올라 있었다. 회식이 끝나고 다들 귀가하는데 나는 친구와의 약속으로 인해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몸을 이끌고 친구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같이 택시를 타고 가던 동료들이 많이 취한 거 같으니 집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나를 말렸지만 나는 극구 약속 장소로 가야 한다고 억지를 부렸다고 한다. 그리고 택시를 내려 약속 장소로 걸어가던 중 길을 가던 사람과 시비가 붙어 주먹을 휘두르고 말았다. 결국은 경찰서까지 가게 되었고 인사불성인 나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고 친구를 포함해 회사의 상사들에게 연거푸 전화를 해댔다. 결국 나에게 와준 건 친구였지만 그 뒷날부터 회사에 소문은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평소에 과격한 면이 있더니 그럴 줄 알았다.' 라던지 나에 대해 부정적인 많은 말들이 오고 갔다. 


 모두들 나의 뒤에 서서 손가락 질 하는 거 같았다. 정말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태웠고, 퇴근 후 집 앞 학교 운동장에서 배회했었다. 외로웠었다. 그렇게 나 혼자 남겨진 거 같았다.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병적이었다. 나를 찾아주는 친구가 많은 척을 해야 했으며, 모르는 것도 아는 척했다. 잘 보이고 싶어 온갖 척으로 나를 포장해야만 했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주고 나를 높이 평가해주길 바랬다. 그렇게 해서 진심이든 입에 발린 말이든 좋은 얘기를 듣는 날이면 객관적 검증 없이 마냥 좋아했다. 반대로 나의 험담을 들었을 경우 바닥이 보이지 않는 절벽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하늘과 깊은 지하를 오고 갔다. 모두 나를 좋아할 수 없는 노릇인 걸 알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다는 걸 알지만 그렇게 사건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며 지냈다. 마치 긴 외줄을 밟으며 비틀비틀 걸어가는 모양새로. 나만의 편협한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이렇다 저렇다 판단했지만 모순되게도 다른 사람들의 고유한 생각과 판단은 인정해주지 않았다. '뭐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며 쿨하게 넘겨 버리지 못했다. 타자의 시선의 노예가 되어 눈치를 보기에 바빴다. 그렇게 관심을 구걸했고 온전한 나로서 존재하지 못했다. 


'Be crazy, be weird, don't be afraid of what anybody thinks.'



이제는 알고 있다. 

그곳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나를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고, 그들은 나를 망칠 수 없다는 것도. 


_아내들의 학교, 박민정 


'나는 한 포기의 풀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것은 
그들에게 잘 보이려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다 
즉, 예쁘다는 소리, 착하다는 소리,
잘한다는 소리, 좋아한다는 소리 등을 
듣고 싶어서 그래요.  

그렇지만 한 포기의 풀은 
누가 보든, 안 보든 아무 상관하지 않고, 
설령 사람이 밟고 지나가도 
아무런 상관을 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안 봐도 그냥 꽃 피울 때가 되면 
꽃 피우고 그 자리에 그냥 있어요. 
꼭 누가 봐주어야만 
꽃을 피우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늘 
‘나 좀 봐주세요. 나 좀 예쁘다고 해주세요. 
나 좀 사랑한다고 해주세요. 
나 좀 잘한다고 해주세요.’ 
이런 바람을 가지고 있으니까 
다른 사람의 시선의 노예가 되는 거예요.

이런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면 
‘나는 한 포기 풀입니다’ 하는 
자세로 살면 됩니다. 
‘나는 한 포기 풀이다, 
남이 나를 보든 말든 상관없다, 
칭찬을 하든 비난을 하든 나와는 상관없다, 
그건 그들의 인생이고 나는 내 인생이 있다’ 
이렇게 관점을 가지면 괜찮아집니다.


_즉문즉설, 법륜스님 


 

 새해 다짐  하나는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 같은 존재가 되지 않는 것이다. 주변의 관심을 구걸하지 않고, 칭찬한다고 으쓱되지 않고, 비난한다고 낙담하지 않을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온전한  나로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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