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무수한 처음의 순간들을 맞이한다. 엄마 손을 잡고 초등학교 입학식에 갔던 일, 첫사랑에 빠져 한없이 설레었던 추억, 큰 포부를 가지고 입사했던 첫 회사 등 어떤 처음은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떠올릴 때마다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하고 어떤 처음은 극복하기 힘든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한다.
나에게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처음의 순간들이 있었다. 어머니께서 동네에 새로 생긴 피자 가게에 형과 나를 데리고 가서 사주신 인생 첫 피자 그 맛을 보고 날아갈 듯 행복했던 기억, 대학교 캠퍼스 생활에 부푼 꿈을 안고 처음 교정을 밟았던 일,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특수훈련을 생각하고 입대하였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으로 우울했던 일, 걱정반 설렘반을 안고 지하철에 올랐던 첫 출근길 그리고 처음 정식으로 수영을 배웠던 일까지 무수히 많은 처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처음의 순간에는 항상 불안감과 두려움이 따라다녔다.
돌이켜보면 무언가를 처음 배울 때에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진도가 나가지 않아 자책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기도 했다. 나의 예상과는 달라 중간에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을 때는 셀 수 없이 많았고 한껏 큰 꿈과 포부를 가지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나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등을 돌렸던 일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처음을 통해 성장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처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나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자신을 냉정하게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고 처음이 주는 실패는 그 자체 만으로도 충분한 의미와 값진 경험을 선물해 주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또 다른 시작으로 나를 인도해주었다.
문제는 나이가 들 수록 무언가를 처음 시작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나 자신을 마주 할 때이다. '나 잘할 수 있을까' '실패하지 않을까' '시간 낭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은 머릿속에 남아 시작을 주저하게 만든다. 이것은 아마도 나의 삶에 축적되어 있는 '처음'의 양이 작아 두려움의 무게를 누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기 때문 일 것이다. 이럴 때는 조금 더 안정적인 조건을 찾기보다는 처음 하는 경험의 양을 늘려야 두려움에 내성이 생겨 무엇이든 겁먹지 않고 도전할 수 있다. 그러기에 '넘어져도 괜찮아' '까짓것 다시 하면 돼' '실패한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야' 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생각만 하다가 시간을 다 흘려보내지 말자. '생각하지 말고 행동부터 하자.' 두 눈 질끈 감고 '에라 모르겠다'하고 처음 시작해 보는 것이다. 사격으로 생각해 본다면 '준비-조준-발사'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준비 발사 그리고 다시 조준'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서 오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틀리면 고치고 다시 가면 그만 인 것이다.
'Ready - Fire - Aim'
'현재의 나는 무수한 처음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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