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비행기 티켓과 숙소를 예약하고 도착해서 들리게 될 음식점과 관광지를 메모하는 일까지 살뜰히 챙겼었어.
완벽하진 않지만 이때까지 익혀온 그 나라 말을 하는 네가 어딘가 귀여워 보였고 대견스럽기도 했던 거 같아.
그곳의 여름도 우리나라 못지않게 더웠고, 여름 무더위가 질색인 난 핫핫한 공기와 많은 인파 속에서 그만 참지 못하고 불평을 쏟아내기 바빴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곳은 꼭 너와 닮아 있었던 거 같아.
사람들은 조용했고, 배려심이 넘쳤으며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매력이 있는 그런 곳.
한 여름의 한적한 바닷가에는 검게 그을린 피부를 한 남학생들이 물놀이로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우린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배구를 하던 한 무리의 학생들 옆에서 그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과 바다를 번갈아 눈에 담았어.
우리가 함께 갔던 동물원, 낯선 분위기와 더위 속에서 스마트폰 화면의 지도는 그날따라 더 작아 보였고 어디서 버스를 타야 할지 몰라 헤매던 우리에게 교복 입은 여학생은 종이와 펜을 구해와서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했던 걸 평생 잊지 못할 거야. 그리고 지금의 난 어디를 가던지 그 지역의 동물원은 꼭 찾아가게 돼.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당황하지 않았던 건 혹시나 하고 네가 챙겨 온 우산이 있어서였어.
그 뒤로도 우리의 여행은 한동안 계속되었고, 여권에는 너와 함께한 흔적들로 가득해.
'네가 아니었다면 그곳에 닿을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밤이야.
<Let her go>
그녀를 떠나보내다
Well you only need the light when it's burning low
불이 꺼져 갈 때 불이 필요하고
Only miss the sun when it starts to snow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햇살이 그리워지며
Only know you love her when you let her go
그녀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네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걸 알게 돼
Only know you've been high when you're feeling 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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