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는 고수와 하수의 구분이 없는 모양입니다. 글감을 찾고 글의 방향을 정하고 여러 번의 퇴고를 거쳐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누구에게나 지난하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입니다. 독서와 글쓰기의 고수인 김민식 피디님은 독서 칼럼 연재를 시작한 후 글감이 바닥나는 속도는 이루 말할 수 없고 명절에도 계속되는 기고 요청에 두 손 두발을 다 들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10여 권 정도 미리 읽어둔 책과 리뷰 글감이 있었기에 연재를 시작했는데요. 10여 편이 넘던 초고가 사라지는 건 파업 중인 노동자 통장 잔고 바닥나듯 금방이더군요. 역대 최장이라는 추석 연휴 기간이 희망이었어요. ‘2주간 쉬면서 집중적으로 책을 읽어야겠구나!’ 그런데 연휴 기간에도 계속 기고를 해달라는 요청에 기겁했어요. ‘아! 온라인 매체는 추석이라고 배달을 쉬는 법이 없구나!’(중략) 명절 연휴에 책을 읽고 리뷰를 쓰자니 우려했던 대로, 삶의 낙이 숙제가 된 것 같아 덜컥 겁이 나더군요.
칼럽을 읽다 보니 글쓰기는 황량한 사막을 묵묵히 걸어가는 거와 같다고 표현한 서민 교수님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글쓰기 연습은 비단으로 치장된 화려한 길을 걷는 게 아니라, 낙타를 끌고 보이지 않는 사막을 걸어가는 일입니다.' 게다가 우리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경우 행위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일이라고 여기고 열심히만 하는 경향이 두드러져 오래 지속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흥미 또한 떨어져 좋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없게 되죠.
남이 쓴 글을 읽는 것은 쉽지만 막상 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아요. 이럴 때 창작을 쉽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메모하는 습관’입니다. 영화를 보고, 공연을 보고, 여행을 다니며, 경이로움을 느끼는 순간, 그때마다 메모를 합니다. 그렇게 쌓인 메모를 토대로 글을 씁니다.
그리고 피디님은 글감을 찾지 못해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을 때 비장의 무기로 휴대폰 메모장으로 뒤적여 위기를 돌파한다고 합니다. 평소에 책을 읽고 좋은 글귀를 발견하거나 여행을 다니며 간직하고 싶은 순간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글감이 바닥났을 때 이것을 꺼내어 글쓰기 소재로 활용합니다. 역시 좋은 습관 하나가 삶에 미치는 파급력은 어마어마하군요.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책 [이동진의 독서법]에서 '삶을 이루는 것 중 상당수가 습관이고, 습관이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일상에서 소소하게 반복되는 좋은 습관들이 많으면 삶의 만족도도 같이 올라간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남들의 창작물에 감탄만 하지 말고 내 것을 만들자.’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하고 메모하는 습관을 들입니다. 제 취미가 독서 리뷰인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남의 책을 읽기만 하는 것보다 나의 글로 다시 풀어내는 일, 즉 수동적 감상보다 능동적 창작이 훨씬 더 큰 즐거움을 주거든요.(중략) 평생을 통해 수만 권의 책을 읽고, 그렇게 얻은 삶의 비기를 세상 사람들과 나누기를 희망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서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값어치가 있지만 수동적 감상에서 능동적 창작 (글쓰기)로 연장될 때 한층 더 성장할 수 있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 그 즐거움은 배가 된다고 하네요. 저는 아직 무언가 좋은 것이 있으면은 주변의 사람들과 나누고 공유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내 안의 독재자, 좋은 것은 내가 다 독식하겠다는 마인드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나눈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주기만 (GIVE)하는 행위가 아니고 그 과정에서 얻는 (TAKE) 것 이 더 많다고 하네요. 아직도 이렇게 편협하고 이기적인 제 자신을 이번 기회에 반성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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