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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서른을 위하여!

인공지능과 글쓰기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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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책상에 앉아 조금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낙서를 하거나 딴짓을 해댔으며 그 시절에는 친구들과 공놀이를 하거나 땀 흘리며 뛰어노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여겼던 거 같다. 책을 읽지 않으니 받아쓰기 시험에서는 매번 많은 비가 내렸으며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시험지를 몰래 버리던지 가방 한 구석에 처박아 두기 일쑤였다. 때때로 부모님의 불심검문에 걸려 가방을 내줄 때면 아무렇게나 처박혀 있던 꾸깃꾸깃한 시험지는 세상에 나와 빛을 보게 되었으며 동시에 나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맞벌이로 바쁘신 어머니는 시험지를 보신 후 한 살 위의 형과는 다른 나를 보며 가슴 아파하였으리라.) 누가 봐도 지렁이 기어가는 글씨체에 맞춤법은 제 마음대로라 항상 지적의 대상이었고 동년배 친구들에게도 부끄러울 만큼 기본적인 맞춤법도 자주 틀려 비웃음을 삿더랬다. 


세월이 지났지만 그 정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글을 쓰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단어 몇 개로 뜻을 전달하는 SNS 포스팅에서부터 장문까지 하루 몇 번이고 여러 종류의 글을 적고 주고받아야 했다. 여자 친구와 메신저를 할 때도, 업무상 이메일을 보낼 때도 맞춤법에서 자유롭지 못해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포털에서 검색해 내가 적은 것이 맞는 것인지 확인한 후에서야 글을 마저 적어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글쓰기는 스트레스에 가까웠고 손을 뻗을수록 멀게만 느껴졌으며 강박증처럼 나를 괴롭혀왔다. 누군가 나의 틀린 맞춤법을 물고 늘어지거나 그것이 다수 사이에서 가십거리가 된다고 상상만 해도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근래 부쩍 들어 글쓰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개인이 여러 종류의 글을 손쉽게 읽고 실어 나를 수 있게 되면서 글을 쓰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도 다양해졌다. 그중 한 플랫폼에서는 나와 같은 '맞알못' (맞춤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글을 쓴 후 한 번의 클릭으로 맞춤법 오류를 바로 잡아 주는 '맞춤법 검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는 항상 남에게 나의 바닥이 드러날까 노심초사했던 나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주었으며 거침없이 내 생각을 적어나가는 데에 속도를 더해주었다. (기술의 진보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신문 등 각종 매체에서 최근에 자주 언급하는 단어들이 있다. '4차 산업혁명, 핀테크, 빅데이터 그리고 스타트업' 등이 그것이다. 인간들이 힘들여했던 노동은 기계가 대신하고 정보의 수집, 분석 등 정신노동 또한 컴퓨터가 대신 한지 오래다. 인공지능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압승을 거 둔 봐 있다. 비록 대결에서 승리한 알파고라고 한들 바둑을 두는 순간의 몰입감과 즐거움을 알지 못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알파고가 인간세상에 남기고 간 공허함도 컸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도 창작분야 (문학)에서는 아직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우위에 있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현재 인공지능의 입장에서는 문학작품 속에서 인간이 구사하는 감정적인 어휘의 정확한 뉘앙스 파악이 어렵고 하나의 단어이지만 상황에 따라 여러 뜻을 내포하고 있어 그 명확한 뜻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로써 더욱더 분명해졌다. 기술의 발전으로 나처럼 글쓰기를 버거워하고 자신감이 결여된 사람도 손쉽게 글쓰기에 도전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그리고 인공지능도 쉽게 범접하지 못하는 분야가 글쓰기라면 그것을 인간은 마땅히 즐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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