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여름엔 3박 4일 일정으로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었다. 일본에서 제일 높은 후지산을 오르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 전 조사해 본 결과 일반인들은 여름철 한시적(7월~9월 초)으로 입산 가능하며 겨울철의 경우 안전 관계로 허가를 받은 전문가들만 입산이 허용된다. 나는 산을 좋아하지만 특히나 겨울철 눈으로 뒤 덮인 산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그 자체로 충분히 경이롭다. 그래서 매년 겨울이 되면 눈으로 뒤덮인 한라산을 찾는다.
http://www.fujisan-climb.jp/en/index.html (후지산 공식 웹사이트, 언어 한국어 선택 가능)
사실 이 번 여행에서 또렷한 계획은 없었다. 등산 장비를 챙겨 비행기에 올랐지만 실질적으로 '후지산을 오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은 몇 분 단위로 생겼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도쿄에서 후지산 부근까지 가는 시외버스표를 구하지 못했을뿐더러 등산을 마치고 제시간에 도쿄의 도심으로 복귀가 가능할지도 알 수 없었다. 블로그에는 첫날 산 중턱 부근까지 운행을 하고 산장에서 잠을 잔 후 다음날 일찍 정상을 오르는 1박 2일 코스를 추천했지만 나에겐 그럴만한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
https://www.highwaybus.com/gp/index (하이웨이 버스, 언어 한국어 선택 가능)
여행 첫날 오후 늦게 나리타 공항에 닿았다. 크게 달라 보일 게 없는 공항 전경이지만 그곳만의 고유의 분위기에 그제야 떠나왔다는 실감이 났다.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로 붐볐고 나도 그중 한 명이다. 모든 것이 낯설다. 혹시나 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지금 기다리는 버스가 도쿄역으로 가는 게 맞는지 재차 확인한다. 도쿄역은 마침 퇴근하는 회사원들의 무리로 양쪽 횡단보도 모두 만원이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모두들 비슷한 색과 스타일의 셔츠와 바지를 입고 길을 건넌다. '금요일 저녁인데 여기도 불금이 있을까?'
항상 느끼는 거지만 공항에서 캐리어를 찾아 숙소까지 이동하는 일은 꽤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별다르게 한 거는 없지만 벌써 몸이 무거워 짐을 느낀다. 둘째 날은 숙소 근처의 '우에노 동물원'에서 보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가격이 저렴하고 여권을 제시하면 추가 할인까지 가능하다. 게다가 내부 구성과 규모를 보더라도 월등해서 만족도가 높다. 내가 간 날은 비가 추적추적 오는 토요일이었는데 방문객이 많지 않아 황제 동물원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사람들로 붐볐다면 인기 있는 동물을 보기 위해 줄을 서거나 까치발을 하는 수고스러움 피 할 수 없었것이다. 동물원은 백곰, 코끼리, 기린, 물개, 악어, 원숭이, 팬더 그리고 공작 등 다 나열하기 힘든 정도로 많은 동물로 가득했고 오직 나의 속도에 맞춰 여유롭게 각 부스를 구경할 수 있었다. 죽치고 앉아 그들의 움직임과 생활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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