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길고 길었던 10월 추석과 비할 바 못되지만 어쨌든 설날이 코 앞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들이야 소소한 이유로 마냥 즐겁겠지만 직장인들이나 학생 그리고 주부 등은 연휴가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노총각, 노처녀들은 '결혼은 언제 할 거냐? 만나는 사람은 있냐?'라는 질문이 언제 날아와 가슴에 박힐지 몰라 좌불안석으로 연휴를 보내야 할 것이며 구직난에 취직을 못한 백수, 백조는 그렇지 않아도 서러운데 친지들 앞에서 까지 고개를 떨구게 될 것이다. 주부들은 밀려드는 손님 행렬에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음식을 해다 날라야 하고 설거지까지 해치워야 한다. 이뿐이겠는가 오랜만에 친지들이 모여 얘기를 나누며 술도 한잔하고 하다 보면 속에 있던 말, 세상에 나와서는 안될 말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게 되는데 이것이 싸움의 불씨가 되어 다투기도 하고 때로는 분을 참지 못하고 피를 보기도 하는데 이 경우 뉴스에 나오는 영광?을 누릴 수도 있다. 이쯤 되면 명절의 여러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정적인 측면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가능하다면 긴 여행 떠나는 것을 권한다. 이 것은 문제가 될만한 원인과 거리를 두는 전략이다. 친척들과 한 집에 오래 마주하게 되면 친척 입장에서도 어색하고 민망한 상황을 피하고자 할 말이 없지만 말을 걸어야 할 상황이 오고 안타깝게도 그 물음에 답을 해야 할 때도 온다. 보통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마음에도 없는 말, 상처가 되는 말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것처럼, 위로하는 것처럼 포장하여 던지기 때문에 상처 입기 쉽다.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처음부터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여행 갈 돈도 없고 여건이 되지 않아 집에 머물거나 친척 집에 방문을 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는데, 일명 받은 만큼 돌려주기 전략이다. 예를 들어 작은 아버지께서 '결혼은 언제 할 거니?'하고 물으신다면 '100세 시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어 퇴직 후에도 몇십 년은 더 사셔야 하는데 앞으로 계획은 있으신지요?'하고 되려 묻는 것이다. 강심장이 아니면 웃어른에게 말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효과도 나름 괜찮다. 어안이 벙벙하여 뭐라고 대꾸를 해야 할지 모를 상대를 상상해보시라.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 서울 소재의 독립 책방 (퇴근길 책한잔)
사실 다 남의 얘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취직해라', '결혼해라'는 잔소리를 내가 듣게 될 줄이야. 서른을 넘기고 나서 도를 넘는 주변의 물음과 관심 인척 과장한 걱정에 끓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어 정색했고 그렇게 속 좁은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그 화의 화살은 논리 정연하고 그럴싸한 언변으로 맞서지 못한 나 자신에게 날아와 꽂혔다. 무엇보다 제일 참을 수 없는 지점은 그들이 하는 조언과 충고에 진심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혼한 친구 놈이 결혼하지 않은 친구에게 '넌 결혼 안 하냐?'하고 진심이 결여된 물음을 날린다면 이건 비아냥 거림 일뿐이다. "친구야 안타깝지만 인생이란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란다." 친지들이라 뭐 다르겠나. 취직할 나이, 결혼할 나이라는 것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거 마냥 '이제는 적은 나이도 아닌데...'하며 운을 뗀다. 내가 어렸을 때 친척 집에 방문하면 일거리를 구하지 못해 집에서 주야장천 시간을 죽이셨던 분이 아주 진지하게 이런 얘기를 한다는 점이 재미있다.
"취직해야지." "결혼해야지." "아이 계획은?" 그럼 이다음은 무엇인가? 생각 없이 던지는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가볍게 던진 말 한마디에 잠을 설치는 사람이 있다. 걱정이 되어 한 말을 상대방이 확대 해석하였다고 치부 해 버리기엔 그대들의 말은 너무나 밥맛이다. "Mind your own business!"
“일정 나이가 되면 취업하고 결혼하고 애를 낳고 사는 것이 ‘정답’이고 나머지는 ‘오답’이라는 생각을 버릴 때가 됐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답이 있으며 그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각자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_김민식 PD
안타깝다. 우리 주변엔 올챙이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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