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 나은 서른을 위하여!

엉덩이로 쓰세요.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3. 13.
반응형

어느덧 고지가 눈 앞이다. 사실 이렇다 할 매직은 없었다. (여전히 나의 글은 만족스럽지 못하고 보기에 거북할 때도 적지 않다.) 다만 이 힘들고 지난한 길을 함께 가는 이들이 있어 든든하고 그들의 댓글 하나하나에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낀다. '내 글이 관심을 받고 있구나 하고'. 역시 함께 가는 길은 빠르지는 않더라도 먼 길을 갈 수 있다. 



마감 시간은 다가오는데 글감조차 못 찾아 헤매었던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애꿎은 손톱만 물어 뜯겨 나간다. 전문 칼럼니스트들의 글을 읽고 모방도 해보고 그럴싸하게 포장도 해보았지만 결코 그들의 글처럼 맛깔나고 짜임새 있게 보이지 않는다. 머리를 지어 뜯으며 고쳐 적기를 여러 번 결국은 말하고자 하는 바도 명확하지 않은 글만 남았고 절망감에 사로 잡힌다. 남들이 나의 글을 읽는다는 생각을 좀처럼 머릿속에서 지우기가 힘들다. 조금 더 잘 보이려 고급진 어휘를 사용하려 노력했고 나 자신과 나의 글을 치장하는데 열을 올린다.



만화가 이현세는 말했다. 하루 10장의 크로키를 매일 같이 그리면 1년에 3500 여장을 그리게 되고 그것이 몇 년 모이면 세상에서 그려 보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정말 많은 것을 관찰하게 되고 묘사하게 된다고. 그리고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메모를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했다. 만화가 이두호 선생은 '만화는 엉덩이로 그린다'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고 한다. 천재같이 빼어난 실력이 있으면 바로 두각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진득하게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지구력'과 '집중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전에 영업사원에 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업종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신입 영업 사원들은 막 입사해서 장차 고객이 될 사람들을 찾아 상품을 소개하고 여러 통로로 광고를 하지만 초반에는 실적을 올리기가 여간 쉽지 않다고 한다. 신뢰 관계과 형성되지 않았고 처음부터 무턱대고 비싼 상품을 사줄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동안 이렇다 할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고 수익도 변변치 않아서 지쳐 그만두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하지만 고객들은 예전에 찾아온 영업사원을 기억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이미 퇴사를 해서 실적을 올려 주지 못한 경우가 더러 있다고 했다. 이처럼 노력의 성과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는데 조금만 더 버티면 되는데 너무 빨리 포기하여 열매를 맺지 못한 경우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지금 지속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신입 영업사원과 같지 않을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않지만 오랜 글쓰기(영업)가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는 나의 글이 다른 사람을 감동(실적) 시킬 수도 있고 발전된 나의 모습을 마주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니까. 포기하지 않고 엉덩이를 붙이고 계속 쓰는 한 나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끈기는 최고의 재능이다. 


   


반응형

'더 나은 서른을 위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집의 시대  (0) 2018.03.15
눈칫밥을 꺼내 먹어요.  (0) 2018.03.14
영감님  (0) 2018.03.12
함께 갈 때 멀리간다.  (0) 2018.03.09
회사에 대한 단상  (0) 2018.03.0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