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제주도에 올 때마다 10여 년 전 군 복무 당시 제주도 훈련을 떠나 왔던 것이 기억난다. 실무 배치를 포항으로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주도로 훈련을 온 것인데 당시 막내로서 청소와 설거지 온갖 잡일을 도맡아 했었다. 편식이 심해서 밥 먹을 때마다 고생했었고 생각했던 군생활과 달라 회의감을 느꼈던 시기였다. 약 2~3개월 정도 제주도에서 생활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게 벌써 12년 전의 일이라니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손에 잡힐 듯 선명한 기억들이고 나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 같은데 시간만은 그렇지 않았다. 긴 잠을 자고 일어나면 곧 백발의 노인이 되어 과거를 회상하고 있을 것 같아 덜컥 겁부터 난다.
요즘 들어 과거를 되새겨 보는 일이 부쩍 늘었다. (주변에서는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란다.) 돌아보면 철없었지만 친구들과 재미있게 보냈던 고등학교 2, 3학년 시절(그때는 교복을 벗고 싶어 안달이었지만 지금은 그 교복이 무지 그립다), 중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냈던 일 그리고 군 시절 추억들까지 모두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15년 정도 전의 일들이다. 너무 또렷한 기억들이라 더 요원하게 느껴진다고 할까. 옛 추억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그 시절이 한없이 그리워져 슬퍼진다. 차를 타고 가다가 예전에 살았던 동네가 나오면 잠깐 멈추어 그 주변을 어슬렁 거려 보는데 그 당시 높아만 보였던 담벼락은 생각보다 너무 낮아 당황스럽고 길게만 느껴졌던 학교 정문까지 가는 길은 고작 몇 발작에 어느새 닿아있어 '공사라도 한 걸까'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그 시절 같이 뛰어놀던 친구들은 다들 잘 살고 있을까.
'자신이 청년인지 쉽게 아는 방법은 과거를 집착하느냐, 미래를 바라보느냐이다.' 그렇다면 나는 노인에 가깝다. 지나간 과거를 집착하며 그리워한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는 게 두렵다. 잡을 수만 있다면 가는 시간을 잡아 묶어두고 싶은 심정이다. 강인하셨던 부모님들도 아픈 데가 늘고 야위어 간다. '세월에 장사 없다.' '인간은 유기체이고 유기체에게 병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는 말들은 나에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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