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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서른을 위하여!139

부디 거기서 잘 지내기를 중고마켓에 신지 않는 신발을 내놓으려다가 신발 포장 상자에 담겨있는 편지를 우연하게 보게 되었다. 이사를 오면서 상당수의 편지를 버렸었는데 그중에서도 최근 것들이 몇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카톡 그리고 sns가 주류를 이루는 지금 편지를 언제 받아 보았는지 그리고 언제 마지막으로 써보았는지 아득하기만 했다. 편지는 앞의 것들과 다른 여운을 남긴다. 연필이나 볼펜으로 직접 물리적 힘을 가해서 썼다는 것과 그 물리적 힘이 새겨진 종이가 남아서 그런지 조금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 여전히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이 좋은 것처럼. 한 친구가 보낸 편지를 읽었다. 20대 초반의 젊은 나 자신에게는 가닿지 못하는 시적인 문구를 보면서 ‘이 친구가 이렇게 시적이었구나’ 하고 처음 알게 되었다. 지금이야 예전보다는 많은 책을 .. 2021. 12. 16.
그저 그렇게 해서는 2021년 11월 18일 수능날이다. 몇 해가 더 지나면 내가 수능을 본 지 20년이 된다. 이렇게 시간의 흐름이 쏜 쌀 같아서 생을 소풍이라고 비유하는 것이지 않을까.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10여 년 전에는 수능 하루 전날에는 고사장에 미리 가서 시험 자리를 확인하고 준비하라는 뜻에서 학교에서 일찍 귀가시켜줬었다. 그날 친구 한 명과 고사장에 들렸다가 일찍 집에 돌아왔는데 그만 거실에서 잠들어 버렸더랬다. (안타깝게도 낮잠을 자면 밤에 제시간에 잠들지 못할 거라는 깊은 생각 따위는 내게 없었다) 이불도 덮지 않고 잠들었던 터라 깨어 일어나니 몸이 으슬으슬한 게 한기가 돌았다. 감기에 걸린 것이다. 어머니가 병원에서 근무했던 앞집 아저씨에게 부탁해 밤늦게 링거를 맞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렇.. 2021. 11. 19.
시간 도둑 5년도 더 지난 이야기지만 아직도 유효한 얘기다. 모두에게 똑같이 하루 24시간이 주어지지만 가진자와 빈자의 시간은 결코 같은 유속으로 흐르지 않는다. 문제는 삶에서 그런 인지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눈 뜨고 코 베인다'는 속담처럼 빈자의 시간은 쉽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부자에게 넘어간다. 그러한 흐름을 알아채기조차 어려운 시대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빈자는 이로 인해 점점 더 빈자가 되어갈 뿐이다. 자신이 알아채지도 못한 사이에. 우리는 부자들, 기업 총수들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알지 못한다. 주변에는 자신과 비슷한 시간 빈자들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시간 귀한 것을 모른다. 물론 스마트폰 안에서도 중요한 정보, 유용한 지식을 얻을 수도.. 2021. 10. 12.
파란색이 싫어졌어 "I came to hate the color blue." 돈 버는 게 이렇게 쉬웠나. 주식으로 작은 돈이지만 조금씩 돈이 붙는 게 내가 잘해서 인 줄 알았다. 시장은 강세장과 약세장이 분명히 존재했고 강세장에는 특별히 잡주를 고르지 않는 이상 서있기만 해도 파도가 서핑보드를 힘껏 밀어주듯 가격은 알아서 올라갔다. 하지만 약세장에서는 튼실한 기업도 휘청거렸고 제대로 분석되지 못하고 기분 따라 고른 종목은 바닥을 모르고 내려갔다. 이래서 결국은 딴 돈의 몇 배를 잃고 떠나가는 거구나. 그렇다면 이 모든 게 변동이 심한 시장의 상황 때문인가. 그렇지도 않다. 명확히 분석하지 않고 투자한 종목, 욕심 때문에 몰빵한 종목, 애널리스트의 말은 다 맞다고 맹신한 내 탓이다. 처음부터 투자를 시작할 때 돈을 잃었으면.. 2021. 10. 6.
그 나물의 그 밥 나이를 먹어가면서 만나는 인간관계는 줄어든다. 물리적 거리가 멀어서 일 수도 있고 하는 일이 달라서 일 수도 있다. 한 때는 매일 봤던 친구도 어떤 사건을 계기로 또는 뚜렷한 이유는 없지만 자연스럽게 멀어져 간다. 코로나 시대의 장점 중에 하나는 회식과 같이 원하지 않던 관계를 억지로 맺지 않아도 돼서 좋다. 나는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오락실에 모여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죽이는 것이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그렇다고 생산적인 것을 한 것은 아니지만). 몇 달 전 혼자 있는 시간이 지겨워질 때 즘 같이 계를 하자는 친구의 부름을 날름 받아먹었지만 몇 달 되지 않아 단체 카톡방에서 나왔다. 친목도모를 위해 계비를 모으고 한 달에 한 번 맛있는 걸 먹자는 취지의 계였는데 모임은 역시나 재미가 없었다. 30대가 .. 2021. 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