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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지는 것 외할머니는 요양 병원에 계신다. 시골에서 가끔 볼 일이 있을 때나 (보통 병원 진료 목적) 부산, 진해에 있는 자식들 집에 오시는데 볼일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시골로 내려가셨다. 하루만 더 있다가 가시라고 해도 ‘아파트는 너무 답답해’, ‘시골집에 고추며, 깨며 할 일이 많다’ 등 여러 이유를 대시고 결국은 시골로 다시 내려가신다. 물론 당신의 집이 제일 편한 이유기도 하겠지만,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함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요양 병원에 계신 외할머니와 영상통화를 했다. 나의 이름을 얘기하자 ‘XX 아들 누구’하며 말씀하신다. 이제 내가 한 얘기를 누군가 귀 옆에서 크게 다시 한번 얘기해주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어려울 정도다. 나는 핸드폰 화면 속 할머니를 보면서 한마.. 2021. 8. 17.
돈 모으는 법 (feat. mickey kim) 퇴사를 했다. 이직 전 간절히 들어가고 싶었던 회사였는데 이직 후에는 가능한 한 빨리 도망가고 싶은 회사로 전락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구라는 별에 노동자가 되기 위해 온 것은 아닐 텐데 노동자 신분을 벗어던지고 나니 후련하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살지 걱정과 신발 밑창에 붙은 껌처럼 함께했던 노동자(노예) 근성이 나 자신을 옥죈다. 무엇보다도 주변의 '너 어쩌려고 그래?' 하는 걱정과 시선이 부담스럽다. 퇴사를 알렸을 때 함께 일했던 동료 한 명이 "당신이 승리자"라고 말했지만 진심인지 아닌지 나조차도 헷갈린다. 사실 10년 가까이 일을 해왔고 당장 일을 안 한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건 아니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이제 월급이 더 이상 통장에 꼽히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욕심은.. 2021. 6. 2.
'열심'보다는 '계속' 새해가 되면 마음먹은 대로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나의 가방에는 매일 그날 분량의 욕심으로 가득 차 있다. 영어 회화책, 소설책, 에세이 그리고 메모를 할 수 있는 수첩까지. 업무에 치여서든 동료들과의 수다와 커피 한 잔의 여유에 밀려서든 며칠간 길게는 몇 주간 한 번도 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막상 틈이 생겨 책을 펼치려고 하면 보지도 않을 텐데 무겁게 이게 뭐하는 짓이지 하는 마음에 집에 두고 온 욕심이 아쉬울 따름이다. 하고 싶고 해야 하는 것은 넘치는데 주어진 물리적 시간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그러다 내 마음을 대변하는 제목을 가진 책 을 만났다. 책을 읽는 동안 따뜻한 문체와 분위기에 작가는 참 착한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 책은 한 .. 2021. 1. 28.
'성과'를 '성공'으로 만드는 세 가지 본인이 생각하기에 회사에서 나름 일도 잘하고 관계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회사나 주변 동료로부터 기대했던 것만큼의 보상이나 피드백이 없을 때가 있다. 맡은 일만 잘하기도 어려운데 불편한 회사 사람들과 얼마 남아있지 않는 동료애를 도모하며 법인카드로 밥과 술을 사 먹는 회식 자리에 따라가서 윗사람에게 알랑방귀라도 뀌어 대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평일 야근은 기본, 남들 쉬는 주말까지 회사에 나와 일하는 척이라도 팍팍 내야 회사와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이런 방법들이 짧은 시간 동안은 효과는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회식에서 주고받는 말만큼 의미 없고 휘발성이 강한 말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책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에서 성과(performance)와 성공(success)을 다르게 .. 2021. 1. 26.
잃어버린 '자유'와 '시간'을 찾아서 (feat. 주식) 월급만으로는 살기 어려운 시대라고 말한다. 은행에 저축을 해도 이자가 얼마 붙지 않으니 그 돈으로 투자를 해야 된다고 한다. 누구는 부동산으로 그리고 주식으로 재미를 좀 봤다는 얘기가 들린다. 나만 뒤쳐진 것 아닐까 조바심이 나기 시작한다. 열심히 일해서 월급을 높이는 일이 요원하기만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회사에서 직원으로 일을 한다. 사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우리 회사는'이라고 말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사장의 회사이지 나의 그리고 우리의 회사는 아닌 것이다. 사장은 제한된 하루 24시간 동안 혼자서 기계를 가동하고, 서류를 작성하고, 고객을 만나고, 회의를 하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일을 대신해줄 노동자의 시간을 돈으로 산다. 그리고 우리는 시간을 내어주는 대신 월급을 받는다. 그.. 2020.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