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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서른을 위하여!

호칭과 돈 그리고 딜레마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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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람 모인 곳이라면 어디서나 권력을 작동하게 하는 두 가지를 피해갈 수 없으니 바로 호칭과 돈이다. (중략) 호칭의 간소화와 지출의 민주화가 노년 초년 할 것 없이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는다면 괜한 체면의 무게로 뒤뚱거리는 삶이 좀 더 가벼워질 것 같다.

_닉네임이 더치페이와 만났을 때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28&aid=0002382814&sid1=001



간혹 회사 외 모임에서 회식 자리를 가질 때 회비를 모으게 된다. 나에겐 수영장 모임과 스터디 모임이 있는데 보통 2만원을 인당 회비로 낸다. 뭔가 3만원은 부담스럽고 1만원은 학생들의 것 같아 성인들이 주류인 모임에서 2만원이 주는 마음의 평화는 이루 말할 수 없다. 1차는 보통 고기 집으로 정해지는데 개인의 본전심리가 가동되기 시작해서 이것저것 아낌없이 시키다 보면 결국 거두어진 예산을 넘기도 한다. 이때 카운터 앞에선 모임의 총무 또는 회장 또는 제일 연장자는 물론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도 대부분 몸은 고정인 채 눈을 어디로 두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재현된다. 사실 구멍 난 금액이 클 경우 전원이 조금씩 각출하면 그만이지만 금액이 적어 다시 모으기 어정쩡할 경우 연장자에 속한 사람들은 긴장하기 시작한다. 모임의 회장이나 총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더욱 그럴 것이다. 그중 형편이 낫거나 연장자에 속한 자가 카드나 추가 금액을 건네며 ‘이걸로 계산해’ 하고 말하는 동시에 '올~'하며 주변 사람들이 고마움의 표시로 물개 박수를 쳐댄다. 그보다 더 연장자가 같은 자리에 있다면 약간의 금액을 더 내야 할지 아니면 버텨야 할지 돈을 더 내지 않으면 뒤에서 욕을 하지 않을지 여러 상황을 가정하지만 결국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누구든 쉽게 돈을 버는 사람은 드물고, 20대가 느끼는 5만원의 무게보다 50대의 그것이 더 작으란 법도 없다.  





내가 적을 두고 있는 회사 건물에 게임회사가 여러 층을 쓰고 있다. 게임회사의 직원들은 영어 이름이 기재된 사원증 목걸이를 메고 다니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나 오고 가며 유심히 지켜본 결과 젊은 층의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40대 정도로 보이는 직원도 보인다. 그러나 직함을 부르는 일 없이 영어 이름을 대신 부르는 이유는 기존의 위계질서가 주는 불편함을 피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요즘 회사에 입사한 지 1년이 안된 신입사원이 많아지면서 이와 같은 상상을 해본다. 입사 7년 차인 나에게 신입사원들이 직함을 빼고 영어 이름만 부른다면 나는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 들 일 수 있냐 하는 것이다. 거기에 대한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마음이 잘 맞아 지내기에 괜찮다면 조금 나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 관계가 지속되리란 보장도 없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수평보다는 수직적인 관계에 몸도 마음도 먼저 반응한다. 쌍방향이 아닌 오직 일방통행, 수직적인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피로감이 극에 달할 때 그제야 탈권위를 주장하는 이기적인 나를 발견하게 된다. 계급장을 떼자니 손해 보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나는 괜한 체면의 무게로,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닌 그것 때문에 여전히 뒤뚱거리는 삶을 살고 있다. 나는 아직 그런 인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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