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56 삽질이 필요해. 나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곧잘 하는 말이 있다. "2, 30대에 철없는 짓, 멍청한 짓, 미친 짓 골고루 다 해봐야 비로소 40대에 반복할 때도 익숙해서 좋다." 40대, 명실공히 모두가 인생의 중반이라 일컫는 시기에 진입한다 해서 갑자기 철이 들고 인생의 해법을 깨닫게 되지는 않는다. 어렸을 때 너무나 중후하다고 생각했던 '40대'라는 나이에 스스로 도달하고 보니 생각처럼 그다지 어른이지가 않아서 나도 좀 당황스럽다. _힘 빼기의 기술, 김하나 강의나 책에서 나보다 많은 세월을 사신 분들은 말한다. '나이가 들어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라고' 라디오에서 한 학생의 사연이 흘러나온다. '제가 선택한 길이 맞는지 자꾸 의심이 됩니다. 저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요. 다른 길을 찾아야 할까요?'. 라디오 .. 2018. 2. 26. 구순포진 (입술 물집) Burned out and tired of talking. 입술 주변에 물집이 생겼다. 무언가 버거운 일이 있었거나 무리를 했다는 뜻인데... 얼마 전부터 어깨가 무겁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더니 가벼이 여길 것이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신체적으로 무리한 활동을 하거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경우 곧잘 입술 주변에 물집이 생기고 했는데 물집이 한 번 생겼다 하면 아물기까지 일주일은 족히 걸려 보통 신경이 쓰이고 귀찮은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물집이 생긴 부위가 입 주변이다 보니 무언가를 먹을 때 숟가락이나 음식물이 물집 부위를 건드려 통증을 유발하기도 하고 입을 벌리면서 물집 부위가 찢어져 피가 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가능한 한 빨리 원상태로 회복하려면 적절한 영양분을 섭취하면서 잠도 푹 자고 항.. 2018. 2. 24. 회식하고 있네 (3) 회식이 후반부를 향해 달려간다. 1차를 파하고 2차는 가볍게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일반 적이다. 보통 치킨집을 가는 경우가 많은데 어두 컴컴한 조명은 여직원들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해 줄 것이다. 흐트러진 메이크업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2차에서도 자리 선점은 중요한 과제임은 틀림없다. 그렇게 눈치 게임은 다시 시작된다. 이제 이야깃거리도 슬슬 떨어질 터 하나둘씩 화장실을 가서 돌아오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울리지 않는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는 직원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이때는 부상병들이 발견될 시점이기도 한데 대부분의 부상병들은 화장실 근처에서 발견된다. 엎드려서 잠을 자기도 하고 힘들 몸을 이끌고 비틀비틀 걸으며 어디론가 전화를 해 데기도 한다. 선배들은 도로변으로 나가 .. 2018. 2. 23. 회식하고 있네 (2) 회식 당일이 되면 전무는 출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네 차 가지고 왔는가?"하고 물음을 던져온다. 회식 당일 항상 물어오는 질문이다. 예상컨대 업무가 끝나고 회식 장소까지 이동을 고려한 것일 테고, 다른 하나는 차를 가지고 온 경우 술을 마시지 않을까 염려한 것이리라.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자 업무 마친 사람들은 먼저들 조를 짜서 출발들 하지.' 정각이 되면 알려주는 뻐꾸기 시계처럼 전무는 준비된 멘트를 던진다. 그때부터 직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먼저 출발하는 것이 나은 것인지 각자의 잣대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보통 선발대로 출발할 경우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 좋은 자리란 센터 테이블과 멀고 한쪽 구석에 위치하면서도 그다지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끼리 조를 짜는 건데 임산부 한 명이 조.. 2018. 2. 22. 회식하고 있네 (1) 부서 간에 있지도 않는 친목을 도모하면서 법인카드로 밥 먹고 술 사 먹는 회식 중이죠. 한 달에 한 번 의무적으로 부서 회식을 하기로 했다. 메신저로 과장이 '다음 주 월요일 회식 예정이오니 시간 비워두시길 바랍니다.' 단체 메시지를 보낸다. 모두 다 사형 선고와 같은 메시지를 받아 보았는지 네이트온 대화창 읽음 표시는 빛의 속도로 사라져 버린다. 월요일부터 회식이라니 미친 거 아닌가...(물론 특별한 약속은 없다. 하지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이 거부감은 어쩐다...) 다른 직원들은 두세 명씩 다른 대화창을 열어 욕을 하고 있을게다. 평소 업무 외엔 대화를 잘 하지 않는 사무실 분위기 상 타자 소리만으로도 그 정적을 깨기엔 충분하다. 나와 같이 운동하는 아무개는 자기네 회사는 회식을 안 해서 죽겠다고 우.. 2018. 2. 21. 녹색 창 우리는 하루에도 수차례 인터넷 검색을 한다. 찾고자 하는 정보가 없더라도 실시간 검색 순위를 보며 어떤 키워드가 현재 핫한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고 자극적인 인터넷 기사나 광고에 본인도 모르게 손이 가기도 한다. 이제 더 이상 인간의 삶에서 인터넷을 따로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인간의 인터넷 의존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고 그 영향력 또한 비례하게 커지고 있다. 얼마 전 그 영향력을 휘둘러 사용자들을 기만한 사건이 있었다. 한국 프로축구연맹은 네이버에 연맹에 불리한 기사를 독자가 볼 수 없게 편집을 요청하였고 네이버는 그 요청을 들어주었다. 나는 이것이 세월호 사고가 터지고 청와대에서 공영방송인 KBS, MBC에 현 정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뉴스 기사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과 근본.. 2018. 2. 20. 명절에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남기 지난 길고 길었던 10월 추석과 비할 바 못되지만 어쨌든 설날이 코 앞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들이야 소소한 이유로 마냥 즐겁겠지만 직장인들이나 학생 그리고 주부 등은 연휴가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노총각, 노처녀들은 '결혼은 언제 할 거냐? 만나는 사람은 있냐?'라는 질문이 언제 날아와 가슴에 박힐지 몰라 좌불안석으로 연휴를 보내야 할 것이며 구직난에 취직을 못한 백수, 백조는 그렇지 않아도 서러운데 친지들 앞에서 까지 고개를 떨구게 될 것이다. 주부들은 밀려드는 손님 행렬에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음식을 해다 날라야 하고 설거지까지 해치워야 한다. 이뿐이겠는가 오랜만에 친지들이 모여 얘기를 나누며 술도 한잔하고 하다 보면 속에 있던 말, 세상에 나와서는 안될 말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게 되는데 .. 2018. 2. 19. 철 지난 여행기 - 일본 후지산 (2) 아침 일찍 신주쿠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후지산 5 합목으로 향했다. 좌측을 달리는 차들은 여전히 어색했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는 여기가 고속도로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게 했다. 등산로 입구 5 합목에는 (5th station) 벌써부터 중국인 단체 관관객들로 시끄럽다. (참고로 중국인들을 비하하거나 무시한다는 뜻이 아니다. 나의 전공은 중국어이다. 중국어에는 성조라는 게 있어 제대로 된 뜻 전달을 위해서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목표했던 정상을 찍고 해가 지기 전에 내려오려면 쉬지 않고 올라가야 한다. 혹시나 버스를 놓쳐 도쿄로 돌아가지 못하면 끝장이니까. 후지산은 이제까지 다녀왔던 산과는 많이 달랐다. 높이 올라갈수록 나무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화산산인 만큼 바닥은 온통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2018. 2. 17. 철 지난 여행기 - 일본 후지산 (1) 재작년 여름엔 3박 4일 일정으로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었다. 일본에서 제일 높은 후지산을 오르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 전 조사해 본 결과 일반인들은 여름철 한시적(7월~9월 초)으로 입산 가능하며 겨울철의 경우 안전 관계로 허가를 받은 전문가들만 입산이 허용된다. 나는 산을 좋아하지만 특히나 겨울철 눈으로 뒤 덮인 산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그 자체로 충분히 경이롭다. 그래서 매년 겨울이 되면 눈으로 뒤덮인 한라산을 찾는다. http://www.fujisan-climb.jp/en/index.html (후지산 공식 웹사이트, 언어 한국어 선택 가능) 사실 이 번 여행에서 또렷한 계획은 없었다. 등산 장비를 챙겨 비행기에 올랐지만 실질적으로 '후지산을 오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은 몇 분 단위로 생겼다.. 2018. 2. 14. 이전 1 ··· 21 22 23 24 25 26 27 ··· 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