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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 I was really picky about food when I was young. 어렸을 때는 편식이 심했다. 육류는 가리지 않고 다 먹었지만 채소류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먹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집에서는 번거롭지만 자식 밥 굶길까 봐 매 끼니때마다 잘 먹는 반찬 몇 개씩은 준비해주셨다. 하지만 간혹 친구 집에 놀러 가거나 다른 가정을 방문해서 밥을 먹을 때 먹지 못하는 반찬이 나와 당혹스러운 경우가 더러 있었다. 예를 들면 나는 김치를 못 먹는데 친구 어머니께서 라면에 김치를 같이 넣어 끓여 주신다거나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도시와는 다르게 소박하고 채소 중심의 식단으로 밥상이 차려져 김으로만 밥을 먹었던 적도 있었다. 나의 기억으로는 할머니께서 이런 나를 지켜보시곤 '질이 더럽게 .. 2018. 2. 1.
당연하게 여기는 것과 아닌 것 나는 심야 영화를 꽤나 즐기는 편이다. 무엇보다도 피크 시간 때에 몰리는 인파를 피할 수 있고 가끔 큰 영화관을 혼자 독차지하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가뜩이나 해가 지고 나서도 푹푹 찌는 더위는 누그러 들줄 모르고 양질의 수면 또한 집을 나간 지 오래다. 지난 주말 늦은 저녁 '택시운전사'와 '군함도'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휴가 기간이라 그런지 보통 때 와는 다르게 연인들과 가족 단위의 관객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택시운전사'는 박정희가 김재규에 총살당하고 전두환, 노태우의 신군부 세력이 등장하면서 그 명맥을 이어가려 할 때 이에 반대해 민주주의 후퇴를 막고자 전라도 광주와 그 일대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시대 일본 하시마로 강제 징용되어 인간 .. 2018. 1. 31.
내 안의 진시황 '너희들의 젊음이 노력해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나의 늙음도 내가 잘못해서 받은 벌이 아니다.'_영화 은교 나이가 들어가면서 많은 것이 바뀌어 가는 것을 목격한다. 예를 들면 정리정돈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었는데 언제부턴가 생활하는 공간이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지 않으면 어떤 일에 집중하기 어렵고 정리되어 있는 나의 공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고 긴장이 풀린다. 예전에는 입도 대지 않았던 각종 채소류를 먹기 시작했고 나름 그 재료 본연의 맛을 조금이라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골고루 음식을 섭취했다면 알레르기로 고생하지 않았으려나) 과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기피하게 되었고 그러한 것들이 속으로 들어갔을 때는 곧바로 반응이 전달되고 탈이 나고야 만다. (예전에는 괜찮았는데.. 2018. 1. 30.
상황이 하도 거지 같으니까요. 오늘은 정말이지 간만에 일 한번 제대로 한 거 같다.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을 제외하고 일에만 집중했다. 고객사에서 갑작스레 엄청난 양의 오더를 주고서 정해진 시간에 맞추라고 닦달한다. 고약한 것들. 그뿐이면 다행이겠지만 요청일을 수시로 바꾸어 정신없이 수정해야 했다. 걸걸한 욕지기가 여러 번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미소를 잃지 않았다. 법륜스님의 가르침대로 하나를 달라면 두 개를 준다는 마음으로 성심성의 껏 응대했다. '가능할까요?'하고 물어오면 곧바로 부정적인 답변을 하기보다는 '어떻게든 한번 시도해보겠습니다'하고 돌려 말했다. (한숨...) 진행 중인 프로젝트 관련해서 사공이 너무 많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을 목격했다. 고객사를 보고 있노라면 여러.. 2018. 1. 29.
'영어 너, 드루와 드루와' 회사 생활 만 6년을 코 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 외국인과의 통화는 낯설고 어렵기 그지없다. 입사 후 처음 인도 파트너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을 때 너무 긴장한 나머지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하고 끊어 버렸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할로우 할로우 미스타 킴, 디스 이즈~' '뚜... 뚜...' 그 순간 얼굴은 빨개졌고 심장은 요동쳤으며 몸에 있는 근육이라는 근육은 돌처럼 굳어 바늘도 들어가지 않을 거 같았다. 그 뒤로도 자주는 아니었지만 중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잊을만하면 전화를 걸어왔다. 오래 일을 하다 보니 이쯤이면 전화가 올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 미리 대비하기도 했고 때로는 무방비 상태에서 기습 전화 공격을 받고 너덜너덜 해지기도 했다. 오늘은 얼마 전 새롭게 거래를 시작한 .. 2018. 1. 26.
과거 축배를 들었던 순간을 잊어야 한다. 성장은 끝났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 이때까지와는 다른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깜깜한 세계가 도래했다. 부동산 경기는 나빠질 확률이 높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부동산의 가격은 치솟았다. 남들이 시세 차익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들려오면 뭔가 손해 보는 느낌에 너도 나도 빚을 안고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메이저 건설사가 만들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은 몇 백대 일, 작은 로또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하지만 이제 거품이 꺼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전의 일본이 거품 경제 시기를 거쳐 장기침체에 빠진 것처럼 우리가 마주 할 날은 암담하기만 하다. 인구수는 현저하게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집은 넘쳐난다. 빚을 지고 집을 산 사람들은 빚의 이자는 이자대로 갚아 나가야 하고 매수한 집의 가격은 .. 2018. 1. 25.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오늘은 연차 휴가 날이다. 회사에서는 연차에 대해 업무에 지장이 없다면 휴가를 쓰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고 얘기하지만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한 '이라는 전제가 사실 굉장히 모호한 말이고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이 휴가라는 게 노동자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이지만 결재 요청 시 윗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주어진 연차를 다 쓰게 되면 마치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업무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회사 가는 날과 동일하게 아침에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일 것을 다짐하고 명령했지만 몸과 머리는 전날 저녁부터 '내일은 쉬는 날이야.' 하고 인식을 하고 있는 듯하다. 알람은 똑같은 시간에 울려되지만 한참 뒤에서야 좀비처럼 침.. 2018. 1. 24.
예비 가해자 나의 아침 출근길은 항상 바쁘고 부산스럽다. 특히나 월요일 아침 비라도 오면 상황은 더 급박해진다. 회사로 가는 길 위에서 신호위반과 과속 그리고 불법 유턴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고 나서야 1~2분을 남겨놓고 사무실에 골인한다. 약간의 변수가 생기면 더 늦을 수밖에 없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준비를 하면서 밥을 먹고 책도 읽고 할 건 다하면서 회사까지 정해진 시간에 가려고 하니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거나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지만 이런 생활도 적응이 되어 이제는 그러려니 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블랙박스를 통해 위험천만한 상황을 보여주는 방송을 보고 나의 운전 습관과 태도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운전은 자기의 생명을 위험에 빠지게 할 수도 있지만 타인.. 2018. 1. 23.
Time flies 요즘 나에게 있어 큰 화두 중 하나는 '시간'이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만 나이로 하면 아직 더 여유가 있다.) 향해 달려가다 보니 한 달, 두 달 그리고 일 년 지나가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조카 녀석은 탯줄 자른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집안 곳곳을 휘젓고 뛰어다니는 3살이 되었다. 친구들과 자리를 같이 할 때면 누구 할 거 없이 '시간 정말 빠르다'며 우는 소리를 하기에 바쁘다. 이러다가 이룬 거 하나 없이 금방 늙어 버리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하다. 어렸을 때는 아는 것이 없어 시간을 흥청망청 제멋대로 흘러가게 뒀고 학창 시절을 지나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후에도 시간을 중히 쓰지 못했다. 친구들과 하릴없이 만나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어 됐고 그 자리는 저녁식사 자리로 다시 술자리로 이어지기 .. 2018. 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