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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 너와 처음 떠났던 나라 밖으로의 여행, 넌 비행기 티켓과 숙소를 예약하고 도착해서 들리게 될 음식점과 관광지를 메모하는 일까지 살뜰히 챙겼었어.완벽하진 않지만 이때까지 익혀온 그 나라 말을 하는 네가 어딘가 귀여워 보였고 대견스럽기도 했던 거 같아. 그곳의 여름도 우리나라 못지않게 더웠고, 여름 무더위가 질색인 난 핫핫한 공기와 많은 인파 속에서 그만 참지 못하고 불평을 쏟아내기 바빴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곳은 꼭 너와 닮아 있었던 거 같아.사람들은 조용했고, 배려심이 넘쳤으며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매력이 있는 그런 곳. 한 여름의 한적한 바닷가에는 검게 그을린 피부를 한 남학생들이 물놀이로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우린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배구를 하던 한 무리의 학생들 옆에서 그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과 .. 2018. 1. 9.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작게는 점심 메뉴를 선택하는 것부터 인생을 걸고 큰 도박을 하는 순간까지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인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모여 삶이 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맞닥뜨렸던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어떤 결정을 하게 되고 그것이 좋은 선택이었든 그 반대였던 서로 얽히고설키고 반응하여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 가는 걸까 한 달, 두 달 그리고 일 년 가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정재승 교수는 한 방송에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가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사건의 축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는 처음 접해보는 것이 많고 여러 가지 일을 시도해보지만 나이가 들수록 관성에 이끌려 똑같은 일만 반복하게 되.. 2018. 1. 8.
니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 (실패가 절실할 때) 사는 대로 사네 가는 대로 사네 그냥 되는대로 사네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내 인생을 전부 걸어보고 싶은 그런 니가 정말 진짜로 원하던 내 전부를 걸어보고 싶은 그런 니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 그 나이를 처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그 나이를 처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그 나이를 처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이거 아니면 죽음 정말이거 아니면 끝장 진짜 내 전부를 걸어보고 싶은 그런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Crash-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자크 라캉-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타자의 욕망에 반응해왔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기가 처음 걸음마를 시작하거나 어설픈 발음으로 '엄마, 아빠'하고 말을 하기라도 하면 상대자인 부모들은 .. 2018. 1. 7.
'모던 하트'를 읽고 (2) 어제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윤아한텐 잘된 일이지. 걔 나이가 서른넷인데. 신랑을 또 얼마나 실하냐? 외모 착해요, 직업 완전 착해요. 신랑 직업? 너 몰라? 걔 신랑 의산잖아, 치과 의사." (중략) "우리 나이가 몇이냐. 이제 좀 있으면 마흔이야, 마흔. 우린 이제 결혼해도 애도 잘 안 생길걸?""당연하지. 야, 운이 좋아서 임신에 성공한다고 해도 정상적인 아이를 무사히 낳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해. 서른다섯 넘으면 양수검사 하는 이유가 뭔데."결혼이나 아이를 특별히 갈망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얘기를 들으면 덜컥 겁이 난다. 뭔가 엄청난 것을 놓친 것 같은, 대오에서 뒤처져 앞사람을 영영 따라잡지 못하게 될 것 같은 느낌. 남들은 다 한다는 결혼에 골인하지 못한다면 loser로 낙인찍힐 가능.. 2018. 1. 6.
'모던 하트'를 읽고 (1) 지난여름 재미없는 책을 연거푸 읽어서 인지 지독한 가뭄처럼 쩍쩍 갈라지고 푸석푸석해짐을 느꼈다.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소설이 필요했다. 도서관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 연한 녹색 표지의 '잠실동 사람들'을 발견했다. 표지 그림도 봐줄 만하다. 읽은 만한 책인가 검증을 위해 첫 장을 폈다. '오예~!'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첫 장부터 야한 장면 묘사로 시작된다. 이런 책은 읽어야 한다. 꼭. 겨울의 절정에서 이런 갈증은 또 찾아왔다. 이전에 '잠실동 사람들'을 재밌게 읽었던 터라 도서관 컴퓨터에 앉아 동일 작가의 다른 책을 빠르게 검색해 나간다. '모던 하트'라는 제목의 책이 보였고 다행히 소장 중이었다. 책 표지는 형편없다. 표지만 보고 책을 구매한다면 손이 절대 가지 않았으리라. 제목의 글자체 또한 두.. 2018. 1. 5.
나의 처음들 인간은 누구나 무수한 처음의 순간들을 맞이한다. 엄마 손을 잡고 초등학교 입학식에 갔던 일, 첫사랑에 빠져 한없이 설레었던 추억, 큰 포부를 가지고 입사했던 첫 회사 등 어떤 처음은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떠올릴 때마다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하고 어떤 처음은 극복하기 힘든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한다. 나에게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처음의 순간들이 있었다. 어머니께서 동네에 새로 생긴 피자 가게에 형과 나를 데리고 가서 사주신 인생 첫 피자 그 맛을 보고 날아갈 듯 행복했던 기억, 대학교 캠퍼스 생활에 부푼 꿈을 안고 처음 교정을 밟았던 일,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특수훈련을 생각하고 입대하였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으로 우울했던 일, 걱정반 설렘반을 안고 지하철에 올랐던 첫 출근길 그리고 처음 정식으로 수영을 .. 2018. 1. 4.
나는 노예였다. '나는 노예가 되어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구걸했다. 조직에서는 한 명 열외 없이 나를 다 좋아해 주길 바랬다. 누군가 나를 칭찬하면 내색은 안 했지만 하루 종일 그 이유로 기분이 좋았다. 반대로 나의 단점이나 험담을 듣는 날이면 하루 종일 그 생각으로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신입사원 시절 연말 회식 때의 일이다. 연말이라 들뜬 분위기에다 술을 주는 대로 다 받아 마셔 얼큰하게 달아 올라 있었다. 회식이 끝나고 다들 귀가하는데 나는 친구와의 약속으로 인해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몸을 이끌고 친구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같이 택시를 타고 가던 동료들이 많이 취한 거 같으니 집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나를 말렸지만 나는 극구 약속 장소로 가야 한다고 억지를 부렸.. 2018. 1. 3.
나는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 'It's always easier said than done.' 말은 하기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지극히 드물다. 내가 품었던 불확실성과 의문으로 가득찬 생각에 주변 누군가는 고개를 가로저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건 마치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우리는 주변의 조언이나 관심을 단순히 참고하는 것을 넘어 기정 사실화하고 자신도 모르게 단정 지어버린다. 예를 들어 '나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할 거야' '에이.. 가능하겠어? 엄청 힘들다고 하던데, 너 평소에 운동 안 하잖아' '그렇지? 아무래도 나 같은 사람은 무리겠지?'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오직 시도를 해본 자만이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말했듯이 정말 불가능했던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해보니 다 근거 없는 얘기에 불과했는지. .. 2018. 1. 2.
새해 계획 세웠나요? 'Did you make any New Years resolutions?' 2018년 새해가 밝았다. 어제와 다름없는 황량한 오늘이지만 뭔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무언가 뚜렷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할 거 같아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이럴 때면 한 살, 두 살 차곡차곡 적지 않은 나이를 먹어가고 있음을 여실히 실감한다. 다들 새해 다짐이나 계획을 세웠나요? 근래 유난히 유명 연예인들이 나와 영어강좌를 소개하는 TV광고를 자주 보게 된다. '영어가 안되면 시원 XX', '새기면 된다 XXX영어' 아무래도 학생과 직장인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의 신년 계획에 '영어 공부'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더불어 금연과 금주, 다이어트 그리고 운동 등이 뒤를 잇는다... 2018.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