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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이 오더라도 '시련'은 기字 돌림의 쌍둥이를 잉태할 수 있다. 아이 이름은 '계기'와 '동기'. 어떻게 과일가게 사장이 됐어요? 친구들 바나나 먹는데 혼자만 못 먹는 내 아이가 서럽게 울던 그 날 잠을 못 잤어요. 어떻게 시험에 합격했어요? 어느 날 새벽기도 나가는 어머니 굽은 등을 봤어요. 어떻게 독립했어요? 뒤에서 동료들이 비웃던 소리를 들었어요. 어떻게 해냈어요?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요? 어떻게 그렇게까지 했어요?... 평온한 사람들은 낳지 못하는 이 쌍둥이를 잘 못 키우면 막내가 태어난다. 그 애 이름은 '포기'. 인스타그램에서 내가 팔로우하고 있는 한 회사 대표의 글이다. 글에서 고수의 내공이 느껴진다. (허락을 구하고 올리는 글이 아니기에 불편하셨다면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위 글을 보자마자 개그맨 김영.. 2020. 1. 23.
엄마의 눈물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를 읽고) 언제부턴가 한 할머니가 자주 보인다. 유튜브는 물론 블로그, 심지어 팟캐스트까지 '박막례' 할머니 얘기로 가득하다. 일흔이 넘은 할머니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해 나가신다기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젊어서부터 자식들 키우느라 막노동부터 장사 그리고 식당일까지 수십 년 동안 안 해 본일 없는 할머니는 어느 날 병원에서 '치매'가 올 수 있다는 진단을 받게 된다. 손녀는 그 소식을 듣고 퇴사 후 할머니를 모시고 할머니와 좋은 추억을 쌓기 위해 호주 여행을 떠난다. 처음에는 가족과 친구끼리 돌려볼 목적으로 유튜브에 여행 영상을 올렸는데 그야말로 대박이 난다. 그 후로 본격적으로 손녀와 할머니는 일상생활 영상과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촬영한.. 2019. 12. 30.
생에 첫 대게 (7번 국도 여행) 올해는 사정이 생겨 해외로 휴가를 떠나지 못했다. 아쉬움을 접고 국내 어디가 좋을지 고민하던 중 동해 바다와 닿아있는 7번 국도를 따라 강릉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지금 아니면 언제 또 가보겠냐는 생각에서였다. 최종 목적지도 없이 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면서 중간중간 맛있는 음식을 먹고, 멋진 풍경을 보며 무리하지 않고 쉬어가는 것이 우리가 정한 유일한 기준이었기에 첫째 날 숙소만 정한 채 우리는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차에 올랐다. 언제나 그렇듯 여행은 비행기표를 끊고 숙소를 예약하면 알아서 시작된다. 울산 고속도로를 나와 국도를 따라 올라가다 처음 만난 곳이 영덕이었다. 그렇다 대게의 고장이다. 나는 안타깝게도 이때까지 대게를 먹어보지 못했다. 물론 뷔페에 가면 볼 수 있는 킹크랩 살 점이 들어간 샐러.. 2019. 12. 17.
모든 것이 남의 일이 될 때 나에게는 조카가 있다. 영어로 조카는 다 같은 조카가 아니고 남자 조카는 'nephew' 여자 조카는 'niece'라고 한다는데 오늘은 나의 5살짜리 nephew에 대한 얘기다. 남자애라서 그런지 로봇과 공룡을 좋아하고 처음 보는 물건을 보면 넘치는 호기심을 제어하지 못하고 손을 뻗는다. 한 번은 운전을 하고 있는데 조수석에 앉아있던 조카가 운전을 하고 싶었는지 갑자기 기어 레버를 당기려고 해서 식은땀을 흘린 적이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조카 녀석과 있을 때는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이유다. 어느 날 집 앞 슈퍼마켓으로 가는 횡단보도에 서서 조카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길을 걸을 땐 항상 주변을 잘 보고 차를 조심해야 해. 뛰어다니면 절대 안 돼.” 밖으로 나오면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2019. 12. 4.
엄친아가 될 뻔했는데 한 달 전 어느 대기업의 하반기 경력사원 공개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다. 마감 기한을 코 앞에 두고 자기소개서를 쓰게 되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것을 예상했기에 일찍이 조금씩 글을 쓰며 살을 붙여 나갔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서 '그간 내가 한 것 없이 시간만 축내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시작은 했으니 끝을 보자는 심정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어렵사리 마무리를 하고 지원서와 함께 제출했다. 엄친아들만 간다는 대기업이었기에 별 기대를 안 하고 있었다. 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어디 그렇나. '신입이 아니라 경력이다 보니 지원자가 수가 적지 않을까' '그래도 자기소개서를 나름 정성껏 적었으니 연락이 올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해당 기업 인.. 2019. 11. 6.
5%만 준비되어도 일단 저지릅니다. 태풍이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가을이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적당히 기분 좋은 날씨, 수수한 멋을 내고 싶은 날씨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 좋았던 시간은 짧다. 곧 목도리로 목을 칭칭 감고 움츠러드는 회색 겨울이 올 것이다. 바람도 쐴 겸 부산국제영화제 초청된 작품 'I am a pilot'을 보러 갔다. 부산에 살면서 영화제는 처음인데 극장 주변에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과 스텝들로 붐볐다. 영화는 제목으로 추측할 수 있듯이 비행기 조종사가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파일럿이 되는 꿈을 이루고자 주인공은 미국으로 넘어가 여러 비행학교의 문을 두드린다. 비싼 등록금을 해결하고자 비행학교의 생활을 영화로 만들어 학교를 홍보해주겠다며 다소 엉뚱하고 문전박대를 당할 것 같은 .. 2019. 10. 12.
여름날의 추억 (스티브 잡스 연설물을 외우며) 10여 년 전에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졸업식에서 했던 연설문을 드디어 외웠다. "명연설이다"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된다"등 외워야 할 이유는 차고 넘쳤지만 그간 나의 삶에는 하지 못할 핑곗거리가 더 많았다. 그러던 중 회사에 외국인 손님이 방문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순간 외국인 앞에서 얼어붙어 한마디도 못하는 자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잔인했다. 그때부터 직장동료와 함께 대략 15분 정도 되는 방대한 양의 녹음 파일을 들으며 스티브 잡스 연설문을 외우기로 했다. 스티브 잡스의 연설 내용은 다음에 얘기하는 것으로 하고 오늘은 다른 얘기를 조금 해보고자 한다. 우선 직장동료와 나는 일요일을 제외한 6일 동안 매일 5~6 문장을 외워서 녹음하고 녹음 파일을 자정 전에 톡방에 올리기로 했.. 2019. 10. 7.
왼손은 거들 뿐 (이해는 완전한 암기를 위한 준비과정이지) 어렸을 때 이런 말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무작정 외우지 말고 이해를 해, 이해를" 이해를 하면 기억하기 쉬운데 왜 그것을 굳이 힘들게 외우고 있냐는 말 되겠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외우는 것보다 왜 그렇게 된 것인지 배경을 알면 쉽게 그리고 오래 기억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모든 공부에 이해가 뒤 따라 준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무식하게 외워야 할 때도 있다는 말이다. 나는 무작정 외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외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정보는 진정한 지식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보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봉착하면 더 이상 진도를 .. 2019. 9. 30.
"세상에는 틈이 많습니다." 주변을 보면 남들보다 생산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간혹 볼 수 있다. 신기한 것은 나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루틴으로 하루 보내는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 내놓은 결과는 판이하게 차이가 난다. 이들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고도 어학 공부를 하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며 취미 생활을 즐긴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걸까? 이들의 하루도 우리와 같이 24시간일 텐데 말이다. 물론 부의 정도에 따라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를 수 있다는데 동의한다. 출근길 아침 대문을 열고 나가면 기사분이 검은색 고급 세단에 시동을 걸어 놓고 문을 열어 주는 쪽과 먼길을 뚜벅뚜벅 걸어가야 하거나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이 붐비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사람의 하루는 똑같은 24시간이라 할 수 없다. .. 2019. 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