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256

왜 사장님은 그녀를 높이 살까? 회사에 여 과장 한 명이 있다. 그녀는 대체로 출근은 9시에 맞추어서 하고 저녁 8시를 넘겨 퇴근한다. (정해진 업무 시간은 9 to 6이다) 그리고 남들 보라는 듯 늦은 퇴근의 흔적을 메일로 남겨 놓는다. 외국 파트너사가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급한 업무도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퇴근 시간이 되면 남들은 가방을 싸지만 그녀는 법인카드를 들고 저녁을 먹으로 나간다. 그리고 1시간 후에야 사무실에 돌아온다. 그렇다고 복귀 후 일을 바로 하는 것도 아니다. 옆 사람하고 수다를 떨고 개인적인 전화 통화도 하다가 메일을 보내고 퇴근을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주말에도 중요치 않은 메일 회신에 열을 올린다. 사내에서 이러한 그녀의 행동을 모르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윗분들은 이런 그녀의 행동을 알고 있을까? 회식 .. 2019. 9. 1.
상위 10%가 되는 법 흥미로운 칼럼을 읽었다. 건방진 소리 같지만, 난 동료들한테 시장의 90%는 애초 우리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말한다. 내부적으로 동기부여 차원에서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90%보다 잘하는 건 일도 아니다. 방법도 아주 간단하다. 그냥 매일 뭔가 꾸준히 하면서 버티기만 하면 된다. 이게 전부다. 신규 팟캐스트의 80%가 6개월을 못 버틴다. 바꿔 말하면 반년만 버텨도 이미 80%보단 잘하고 있는 셈이다. 이게 연 단위로 가면 더 심하다. 난 1년 이상 매일 콘텐츠 올리는 블로그를 거의 못 봤다. 체감상 5%도 안 되는 것 같다. 뭐든 1년만 꾸준히 해도 성과가 안 나올 수 없다. 영어 회화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새벽 수업에 등록했더니 딱 2주 만에 나오는 사람이 1/5로 줄었다. 3개월 과정이 .. 2019. 8. 25.
태풍이 와도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맞은편에는 초등학교가 하나 있다. 베란다에서 내다보면 운동장이 훤히 보이는데 아침 일찍부터 운동장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연령대가 조금 있어 보이긴 하지만 이 분들은 여간하여서는 운동장을 걷는 일을 그만두는 법이 없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운동장을 걷고, 날씨가 추울 때는 장갑을 끼고 두꺼운 파카를 입은 채로 운동장을 부지런히 돈다. 비바람이 칠 때는 그만 할 법도 하지만 비가 들지 않는 스탠드 주변을 분주히 걷는다. 오늘 태풍 '프란시스코'의 북상으로 온 나라가 긴장하고 있을 때였다. 퇴근 무렵 밖에서는 비바람이 창문을 세차게 때렸고 우산을 들고 길을 걷던 사람들은 세찬 비바람에 우산이 날아가거나 뒤집혀 애를 먹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어떤 사람.. 2019. 8. 7.
깨어 있을 생각을 해 우리는 살아가면서 '시간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살아왔다. '시간은 금이다.', '시간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하루 24시간씩 주어진다.' 서점에 가도 시간 관리에 대한 책은 넘쳐난다. '아침형 인간'같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일어나지도 못할 시간에 알람을 맞추게 했고 아침에 알람을 듣고도 계속 잔 우리에게 치욕과 게으른 인간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렸다. 교양 과목으로 불교 철학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님이 거의 도인(道人)이었다. 집중 수행차 어느 섬에 틀어박히거나 며칠씩 잠을 안 자고 견딘다고도 했다. 나는 교수님께 "어떻게 하면 잠을 줄일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내심 도인들 사이에 전해지는 비결이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랬더니 '잠을 줄이는 방법'을 묻는 .. 2019. 8. 5.
수영장에 행복이 있어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Sink or Swim)을 보고. 이 글은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를 보는 재미를 반감할 정도는 아니니 편하게 읽어주길 바란다. 영화를 보고 화장실에 갔다. 몇 개 되지 않는 소변기 앞에 남자들이 줄을 서있었다. 급한 사람들은 긴 줄을 비집고 들어와 좌변기 앞에 서서 거사를 치르고 있기도 했다. 한 남자가 오줌을 싸며 친구에게 말했다. "하나같이 다들 우울한 사람들이 나와서 처음에는 너무 적적했어" 그렇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쳐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빠져버리고 말 것 같은 중년 남자들 이야기다. 이들은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지고 아슬아슬하게 하루를 살아간다. 만성 우울증으로 삶에 의욕이 없는 남자, 매사 부정적이고 버럭 하는 성격 때문에 와이.. 2019. 7. 31.
서른의 일을 쉰으로 미루지 말기를 사람들이 흔히 하는 후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첫 째는 한 일에 대한 후회이며 두 번째는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이다. 같은 후회이긴 하지만 후회의 정도는 다르다.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가 우리에게 더 큰 아쉬움과 미련을 남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시도하지 못하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주된 이유는 '완벽'이라는 강박에 발목을 잡혀서 인듯하다. 지레 겁을 먹고 '나는 아직 실력이 부족해', '조금 더 준비하지 않으면 안 돼' 같은 생각들이 우리의 시작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정작 시작하고 보면 '해낼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 않은가. 시작을 해보지 않고서는 결과가 어떨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정치 논객으로 유명한 진중권 교수의 전공은 미학이다. 그는 .. 2019. 7. 22.
하루키의 시간관리, 인생관리 군 복무 중 한 선임이 점심을 먹고 나면 하루가 다 지나간 것과 마찬가지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이등병이었고 그 깊은 의미를 헤아릴 수 있는 짬밥이 아니었다. 속으로 '무슨 x소리야'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선임의 그 한마디 때문인지 나는 시간에 대해 약간의 강박이 있다. 예를 들면 전날 술을 마시거나, 늦게까지 깨어있어 다음 날 정오가 다 되어 일어나는 경우 벌써 하루가 다 갔다는 생각에 후회와 심리적 압박 비슷한 것을 느낀다. 누군가는 점심쯤이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씻고 밥 먹고 어영부영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금방 저녁이 된다. 그날 저녁은 '양'을 아무리 세어 본들 잠이 오질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더 옥죈다. 시곗바늘은 벌써 자정을 넘어 1시를 .. 2019. 7. 16.
다른 사람들은 너를 모른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조그마한 bar를 열고자 했을 때, 그리고 bar에 손님이 늘어나고 장사가 잘 되어 가는데 갑자기 전업 소설가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만류했다. 이런 주변 사람들이 잘 못 되었다고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어디선가 이런 주변 사람 역할을 하고 있으며 파도에 배가 흔들리듯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 수백 번도 고민을 거듭하며 이리저리 나부끼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니까. 주위의 여러 사람들은 내 결심에 반대했다. 혹은 고개를 크게 갸우뚱했다. 그들은 "가게가 이제 궤도에 올랐으니까 경영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놓고, 자신은 어디선가 좋아하는 소설을 쓰면 좋지 않은가"라고 충고해주었다. 얼핏 보면 일리가 있는 사고방식으로 보인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당시 내가 전.. 2019. 7. 8.
만병통치맥 (부맥제를 다녀와서) 여름 하면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맥주 아닌가. 땀 흘리고 샤워 후에 꿀떡꿀떡 마시는 한 잔의 맥주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와인을 신의 눈물이라고 칭한 들 여름철 맥주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맥주를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나의 몸은 맥주와 궁합이 그다지 좋지 않은 모양이다. 맥주를 마신 다음 날이면 설사를 하기 때문이다. 소주나 양주, 와인을 마신 다음 날은 설사를 하지는 않는데 (설사를 하지는 않지만 과음하면 개로 변신한다 월! 월!) 유독 맥주를 마시면 다음 날 아침에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게 된다. 때로는 출근길 운전 중에 신호가 와서 식은땀을 흘리며 혼자 괴로워했던 적도 몇 번 있다. 진정한 '맥덕'이라면 메시가 수비수를 가볍게 따돌리듯 이런 핸디캡들을 가뿐히 제치고.. 2019. 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