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서른을 위하여!139 할아버지와 교회 아파트 같은 라인에 노부부가 살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자주 마주치는데 인사를 할 때면 할아버지는 "어디 갔다 오니?", "운동을 가는 길이냐"며 몇 마디 말을 걸어오신다. 그것이 그리 싫지 않아 물음에 답을 하고 엘리베이터가 땡 하고 멈추면 먼저 인사를 하고 내린다. 보통 퇴근 후 귀가 시간이 비슷해서인지 자주 부딪혔는데 늘 하는 대화는 비슷했다. "퇴근하고 오는 길이가" "네" 그러다 다른 사람들이 오면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고 나는 인사를 하고 먼저 엘리베이터를 내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반적인 이웃 간의 대화라고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 할머니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같이 타게 되었다. (이전에 할머니와도 몇 번 마주친 적은 있지만 그저 인사만 나누었을 뿐이다.) 할아버.. 2018. 7. 10. 이제 지겹다는 너에게, 간간이 뉴스나 시사 프로를 통해 ‘쌍용차 해고 노동자' 관련 소식을 접해왔다. 하지만 해고 노동자들이 사측과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태도에 고개를 떨구고, 그리 밝아 보이지 않은 전망과 고된 싸움에 지쳐 하나 둘 목숨을 끊을 때 조차도 그들이 처한 상황이 어떠한지 회사와 정부는 그들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큰 관심을 두지 않고 방조 해왔다.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나의 가족, 주변 지인의 일이 아니라는 하찮은 이유로 모든 일이 그렇든 강물 흘러가듯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산이었던 것 같다. 나는 사실상 방조자이자 공범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또 한 명의 쌍용차 해고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벌써 30번째 희생이라고 한다. 누군가의 아버지가, 누군가의 아들이, 누군가의 형제가, 누군가의 .. 2018. 7. 5. 적절치 않은 타이밍에 오는 것들 계란 한 판은 진즉에 채웠고 이제 10개 들이 작은 한 판도 무서운 속도로 채우고 있는 요즘 '삶이라는 것은 결코 내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하는 옛날 사람들의 말씀이 이제야 와 닿는다. 나이를 먹어도 덜떨어진 말과 행동은 계속되고 다양한 불안에 잠식당하는 것도 여전하며 매번 새로운 문제에 고개를 떨군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늘어가는 나이에 반비례하게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고 만남과 관계 유지에 비중을 두기보다는 언제가 찾아올 이별에도 대비를 해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부쩍 많이 드는 요즘이다. 그것이 가족이든 친구든 또 주변 지인이든 우리는 언제 가는 헤어지게 되어있으니까. 죽음이 꼭 이렇게 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창 재미있을 때, 막 뭐 좀 해보려고 할 때, 이제 겨우 할 만하다 .. 2018. 6. 26. 아트페어를 다녀와서 월드컵 본선 경기를 보고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잠들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무거운 몸을 침대에서 일으킬 수 있었고 꼭 이겼어야 하는 경기에 패배해서 인지 '경기를 보지 말고 그냥 잣어야 했어' 하는 생각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주말이고 마침 무료입장 티켓이 있어서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를 보기 위해 온 가족이 길을 나섰다. 부모님을 모시고 길을 나설 때 운전을 험악하게 하거나 신호위반이라도 하게 되면 잔소리 퍼레이드에 시달리게 된다. 이날도 그랬다. 빌딩 주차장에 들어가면서 무리하게 중앙선을 침범하는 바람에 반대편에서 오는 차는 경적을 울려 됐다. 나는 속도를 내어 그 차 앞을 무리하게 지나갔다. 사고는 없었지만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될 수 도 있.. 2018. 6. 25. You're doing well. 우리 모두는 잃어버리는 것에 얽매여 새로운 시도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어떠한 결정을 앞에 두고 그 전과 후를 예상해 보는 일은 필연적으로 땅이 꺼질 듯한 한 숨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이렇듯 인간은(나는) 불안에서 벗어 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이며 불안은 여전히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쑥 나타나 '너네는(나는) 절대 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해'하고 말하는 것 같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깊은 고민은 안타깝게도 A와 B가 8:2나 7:3 정도의 비율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칼로 무를 반 토막 내듯 5:5는 아니더라도 그 주변 어딘가에 분포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굳이 수치화하자면 5.2 대 4.8이나 많이 양보해서 5.5 대 4.5 정도이지 않을까. 그래서 매번 선택의 기로에 선 우리는 어.. 2018. 6. 11.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28 다음